최근 필리핀 콘도미니엄 분양시장의 열기는 대단하다. 가히 콘도 붐(Boom)이다. 유명 건설사의 콘도의 경우 분양개시 후 1-2일 내에 절반 이상이 팔려나가기 일쑤고 여러개의 층이나 유닛들을 통째로 사는 "Bulk purchase"도 흔치 않게 목격한다.
하지만 이에 반해 개인 간의 콘도 매매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콘도 가격상승율도 그리 높지 않다. 연 8-10%정도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1. 구매능력을 가진 중산층의 부족
필리핀의 1억이 넘는 인구수, 무주택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 도시집중화 현상, 젊은층의 콘도선호 현상 등을 고려하면 콘도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는 매우 높다. 이러한 높은 잠재수요에도 불구하고 콘도의 가격상승률도은 연 8-10% 미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개발사들이 반기나 분기마다 콘도 분양가를 인상하기 때문에 시중 콘도 가격이 억지로 끌려가는 형국이다.)
그건 말그대로 잠재 수요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요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구매능력을 가진 자가 전체 국민의 20-30%(?)도 안되기 때문이다. 즉 중산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돈이 있더라도 소비성향이 강한 필리핀인들, 특히 젊은층들은 집보다는 자동차나 유흥에 몰두한다.
결국 소득계층의 허리부분인 중산층이 증가하여야 주택의 수요가 늘고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텐데. 중산층이 증가가 더디기만 하다. 필리핀 경제(GDP)가 연 6-7%의 성장을 한다지만 그 성장률의 주요부분을 건설업(주택 및 인프라 건설), 금융업(주식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의지하고 있어 서민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2. 레버리지(leverage) 제도의 부재
필리핀에는 월세만 있을뿐 (사금융 제도로서 기능하는) 우리나라의 전세제도가 없다. 시중 은행들의 대출이자율은 연 8-12%로서 높은 편이다. 대출조건도 까다롭고 더욱이 (분양 콘도가 아닌) 기존의 콘도에 대한 대출은 훨씬 더 까다롭다. 은행은 담보물인 콘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대출인의 가처분소득도 함께 따진다.공공주택 공급을 위한 공적 주택대출제도인 Pag-IBIG 대출이 있기는 하나 대출한도가 6백만페소이고 대출조건도 다소 까다롭다. 간단히 말해 내 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 유식한 말로하면 레버리징하기 어렵다.
3. 막대한 신규 분양 물량도 한 몫을 한다.
메트로마닐라 구석구석 콘도가 들어서지 않는 곳이 없다. 매년 HLURB에 접수되는 신규 분양물량이 분기별로 100,000호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분양물건이 기존물건보다 더 나은 편의시설 및 건물품질을 갖는다. 분양물건은 대금을 장기할부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지만 개인간의 매매는 일시불로 결제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존 콘도보다는 신규 분양물건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결론> 기존 콘도 소유자들이 가격을 제대로 받고 콘도를 팔고자 한다면 시간을 갖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급매물로 내 놓아서는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
MPRI(2013/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