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결과를 바라보면
2013. 5. 13 필리핀 중간선거가 있었다. 하원 전체와 상원 정원의 절반(12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 임기 6년 중 3년차에 실시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로 이해되기도 한다. 예년 선거 때에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치세력과 살인과 폭력이 자행되고 금품수수가 난무했다. 거기다가 선거 전부터 자동개표장치(PCOS)의 신뢰성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과거의 선거에 비해서는 무난하게 치러진 선거라는 평이다.
개표결과 예상되었던 대로 현직 대통령 Benigno Aquino III가 이끄는 통합여당(Team P-Noy)가 상원 12석 중 9석을 차지해 상원 다수석을 확보하였다. 이로서 상, 하원 모두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반면 여전히 수구정치족벌들(Political Dinasties)이 기반 지역에서 활개를 치고 있고 중부루손지역에서 여당성향의 하원의원 후보 및 지차체장 후보들이 참패를 하기도 했다.
당선자들의 윤곽이 드러나자 상하원 의장 등 행정부 및 입법부의 요직의 새로운 후보가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들은 개헌 이슈 카드를 꺼내들었다. (헌법개정이 우리, 외국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개헌 논의되는 사항 중에 외국인 토지소유제한, 외국인 법인지분제한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 당시의 후보자들의 응답을 토대로 보면 헌법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의원들보다 신중론 내지 부정론을 펴는 의원들이 약간 더 많았다. 헌법개정의 이유/목적이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한 경제개방이므로 다른 경제발전 저해요소들부터 먼저 짚어야한다거나 헌법이 아닌 하위법령을 손봐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Noy noy 대통령 종전부터 헌법개정에 대해서 강한 반대를 보여왔던 대다가 이번 선거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 확고히 강화하게된 이상, 이번에도 헌법개정 논의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개헌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Fidel Ramos 대통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후 모든 정권에서도 강한 개헌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야당 및 여론의 반대로 부딪혀 무산되곤 했다. Arroyo 정권 때에는 개헌 안이 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권 때마다 반복되는 개헌 논의에지치고 식상해서 사람들은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개헌논의는 빛바랜 구호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 달리 생각하면 그럼에도 계속해서 개헌을 부르짇는 것은 그들도 개헌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야당출신의 Noy noy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모두가 "이번에야말로 헌법이 개정되는구나"했다. 개헌을 반대하던 야당이 정권을 잡았고 Noy noy가 정권연장을 꿈 꿀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개헌을 반대한 건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는 중국을 예로서 들면서 외국인 투자제한 제도가 필리핀 경제의 발목을 잡는게 아니라 부패한 정치, 관료주의, 전력난 및 열악한 기반시설 열악 등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그가 즐겨인용하는 미국속담(?)이 있다. "쓸 수 있다면 고치지 않는다".
사실 요즘처럼 필리핀 경제가 연 6-8%의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핀 정부는 급할 게 없을 수도 있다. 법을 안 바꿔도 돈보따라를 싸들고 오니까. 하지만 이들도 알고 있다. 외국인 투자금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등 간접투자 또는 자산시장으로만 몰릴뿐 직접투자는 예나 지금이나 미미하다는 것을. 직접투자가 늘어야 제조업이 강화되고 그래야 중산층이 늘면서 서민경제에 비로서 낙수효과(tricle down)가 생긴다는 것을. 답답한 노릇이다.
개헌논의가 이번에는 아니라도 머지 않은 장래에 현실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빠르면 Noy noy 퇴임 전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고 늦어도 다음 정권에서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몇년간 필리핀 경제가 예상을 뛰어 넘는 초과성장을 기록함으로써 경제성장을 그 근거로 삼았던 개헌론이 퇴색되었지만 변수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주변 동남아 국가들이 먼저 자신들의 법을 바꿔 외국인 투자자들을 빼앗아 가거나, 필리핀 경제가 다시 침체로 돌아선다는지, 아니면 Noy noy 말대로 이것저것 다 해봐도 안되는 경우에는 개헌이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개헌까지는 아니라도 하위 법령들은 많이 손질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업종 및 지분를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제한법(Foreign Investment Act), 토지임차권에 관한 법령 들이 대표적이다.
이미 현실적으로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한 외국인투자제한이 많이 완화되어 있다. 증권/법인 감독당국인 SEC는 완화된 해석으로 인해 외국인 지분제한은 많이 희석된 상태이다(그 구체적인 내용은 따로 논하기로 한다). 더미(dummy)를 이용한 외국인의 토지소유나 법인소유는 공공연한 비밀이고 만연화된 관행이다. 이를 아는 필리핀정부로서는 기존법을 새삼스레 강력히 집행할 수도 없고 개정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그냥 브레이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현실은 인정하되 더 악화되는 것은 늦춰 보자는 것이다.
<주의>
법개정으로 외국인 투자제한을 푼다해도 그 범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개정안들을 살펴보면 토지소유 허용은 공업용 토지에 한해 인정하는 것이었으면 법인 지분 제한도 일부업종만 전면 허용하고 전체적으로는 제한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었다(?).
MRPI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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