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올 연말에는 체납부동산 경매 건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추측컨대 내년 2016 대선/총선을 염두해 유권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지자체장들이 경매를 취소 또는 연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Tagaytay city는 꾸꿋하게 올해도 경매를 개최하였습니다. 여행자라면 한번쯤 거쳐갔을 Tagaytay-Nasugbu highway변에 위치한 Tagaytay city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정말 경치 좋고, 공기 맑고 시원하고 한적한 곳입니다. 넓다란 컨벤션홀에서 50여명의 입찰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형스크린을 통해 물건들을 살펴보며 입찰을 하고, 준비된 차와 부페음식도 즐기면서 여유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이건 경매가 아니라 마치 어느 휴양지 카지노에서 베팅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더욱이 Tagaytay city는 타 지자체와 다른 독특한 경매규칙과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Tagaytay city의 체납부동산경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Tagaytay city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서면입찰방식(Sealed bidding)입니다. 대부분의 지자체 경매는 구두입찰(Open bidding)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대조적입니다. 미리 나누어 준 입찰서양식에 입찰가를 적어 봉투에 넣은 후 담당직원을 통해 경매위원단에 전달합니다. 경매위원단은 입찰봉투들을 차례로 개봉하여 입찰자번호와 입찰금액을 확인한 후 대형스크린에 띄웁니다.그 중 최고액 입찰자가 낙찰자가 됩니다. 구두입찰의 경우에는 입찰자들이 번호판(paddle)을 들고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려갑니다. 그러다보면 객기나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낙찰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반면 서면입찰은 각자 자신의 예산범위내에서 적당한 가격을 한 번 적어내면 그만이므로 충동적 가격경쟁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저처럼 현지정보가 부족한 입찰자로서는 서면입찰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경매 전에 권리분석/물건분석 차원에서 관련 서류들을 떼어 보고 담당자들과 수다도 떨어 보고 현장실사도 하지만, 사실 현지인들이 갖고 있는 정보까지 다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신에 구두입찰의 경우에는 덥벼드는 현지인 입찰자들의 숫자나 호가 랠리가 얼마나 길게 펼치는지 등을 지켜보면서 대충 이 물건이 좋은 물건이다 아니다 눈치로 통밥을 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서면입찰의 경우에는 이것이 안됩니다.
Tagaytay city 경매의 또 다른 특징은 낙찰대금 입금 마감시한입니다. 타 지자체의 경우 다음날 근무마감시간까지입니다. 하지만 Tagaytay city의 경우에는 경매당일 근무마감시간까지입니다. 24시간의 시간이 줄어들어 드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돈을 마련하는데에도 어려움이 따르지만 더 큰 문제는 추가적 조사를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경매 전에 물건에 대해 조사를 하였더라도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낙찰금을 납부하기 전에 낙찰받은 물건에 대해 다시 한번자세히 추가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가조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아깝더라도 포기하고 낙찰금을 납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부족으로 이것이 어렵습니다.
Tagaytay city 경매의 또 다른 특징은 Tagaytay city의 경우, 입찰보증금을 반환하여 주지 않습니다. 그것도 만페소씩이나. 타 지자체는 입찰자가 물건을 하나도 낙찰받지 못하면 입찰보즘금 전액 또는 일부를 돌려줍니다. 하지만 Tagaytay city의 경우에는 예외 없이 무조건 반환이 안됩니다. 따지고 보면 사실 경매비용이나 부페식사 비용 모두가 입찰자가 부담하는 셈입니다.
Tagaytay city의 경우 거의 매년 경매가 이루어지다보니 숙련된 담당자들이 경매를 아주 순조롭고 차분하게 진행합니다. 반면, 이 곳 납세자들은 부동산 세금에 대해 항상 주의를 하고 있고 경매 이후라고 낙찰된 물건이 집주인에 의해 다시 회수되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합니다. 경매가 5~10년마다 열리는 곳은 납세자들이 방심을 하고 체납부동산에 대해 아예 잊어버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Tagaytay city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필리핀 최고의 휴양지로 쏜꼽히는 곳 중의 하나이기때문에 여행자 숙박시설은 물론, 은퇴자 주택이나 주말 별장으로 토지수요가 놓은 곳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경매낙찰가도 다른 지방도시에 비하면 비교적 높은 가격에 형성이 되었습니다.
다만 필리핀의 여타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Tagaytay city의 아킬레스건은 역시 접근성 문제입니다. 낮시간 동안에는 메트로마닐라에 위치한 NAIA 공항에서 Tagaytay city까지 자가용으로 2시간 반 이상이 걸립니다. 다행이 장차 CALA Expressway가 완공되면 공항에서 Tagaytay city와 인접한 Silang까지 고속도로로 직접 연결되므로 소요시간을 1시간까지도 줄이일 수 있겠지만 이 고속도로의 완공까지는 5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할 지도 모릅니다.
MRPI(2015/11/05)
